
경동시장에 가보면 알 수 없는 수많은 한약재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 나 같은 한방 문외한이 수 많은 약재 하나하나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쨌든 그 약재들은 고유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 이 약재의 효능을 정확히 알고, 환자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여 의미 있는 약으로 만들어 내는 사람이 바로 한의사이다. 이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기에 한의사가 그토록 고소득을 올리는 직업인 것이다.
결국 한의사가 해야 하는 역할이란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현실에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수단을 통해 현실의 문제점을 바로 잡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 이러한 내용은 거의 모든 직군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내용이다. 국회의원도 그러하며, 법조인도 그러하고, 기업인, 기자 또한 그러하다. 심지어 아버지, 어머니도 나에 관하여 그런 역할을 하신다.(우리 엄마는 내가 정말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신다. ㅠㅠ 미안해요 엄마 ㅜㅜ)
<방송 통신 심의 위원회의 SNS 심의, 규제 방침에 관하여>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SNS 규제 방침 역시, 이러한 역할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책의 입안자들은 SNS의 파급력과, 확산성 때문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회적 역기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고, 그것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라는 기구를 통하여 규제하여 SNS를 건전한 소통의 장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러나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들의 현실인식이 조금은 성급하며, 그들이 들고 나온 SNS의 규제안의 실효성이 의심스럽고, 규제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가치가 규제의 부작용에 의해 손실되는 가치에 비해 월등히 클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마지막으로 그들의 현실인식과 대중의 현실인식의 괴리에서 나오는 신뢰의 부재가 그들의 정책을 무용하게 만들 것 같은 나쁜 예감이 든다.
<첫번째 이야기. 표현의 자유>
가장 먼저 이야기 해야 할 부분은 역시 ‘표현의 자유’라는 거대 담론일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 인권이다. 개인의 표현은 개인이 자아실현을 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고, 국민의 언론활동은 국민이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가하는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다. 이 표현의 자유가 침해 받을 경우 독재, 전제정권과 같은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에 우리는 표현의 자유의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가치를 수호하고자 한다. 물론 제한받을 수 있다. 그러나 명백성의 원칙과 과잉금지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우리 헌법의 정신이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그런데 이번 SNS의 규제는 이 두 가지 원칙을 위배한다. ‘건전한’정보라는 모호한 개념을 통한 규제는 말할 것도 없을 것 같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44조 7에 있는 ‘불법정보’ 역시 위험한 사항이 많다. 특히 명예훼손이나 국가보안법 같은 경우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안이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는 사안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규제가 명백성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현재 규제는 SNS에 불법적인 정보를 올리면 그 계정 전체를 삭제하는 규제 방안을 선택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과잉이다. 이런 방식은 마치 무한도전이 방송심의위 규제에 걸렸다고 무한도전 자체를 폐지시켜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이해할 수 없다.

<무한도전이 방통위로부터 경고 받은 폭파씬 - 이 폭파씬 때문에 무한도전이 폐지 된다면?>
<두번째 이야기. 실효성>
다음으로 이야기 해보고 싶은 것은 바로 실효성이다. 과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현재 SNS의 역기능을 효과적으로 바로잡을 수 있을까? 우리는 이미 인터넷의 역기능을 막기 위하여 인터넷 실명제라는 규제를 도입했던 과거가 있다. 이 규제를 통해 우리는 악플 및 불법정보 유포 방지라는 순기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목적은 실현하지 못한 채, 개인정보의 유출이라는 뼈아픈 부작용을 경험해야 했다. 보이스 피싱도 사실은 여기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처럼 준비되지 않은 규제는 규제를 피하려는 사람들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그 원래 취지조차 훼손되는 것은 아주 빈번한 사례이다.
이처럼 실패의 예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규제에 대한 DB가 쌓여있는 것도 아니며, 규제를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아주 많고, 비용과 기술적 부담이 상당한 SNS 규제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난 2011년 11월 국회예결특위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심의 기준, 처벌 기준을 방송통신 심의위원회에서 별도로 만들 것이냐는 질문에 심의결과를 축적하여 처벌기준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면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진짜 이거 위험하다.’ 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내가 느낀 첫 번째 위험성은 데이터베이스와 기존 사례를 통한 심의 기준, 처벌 기준도 명확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로 '일단 팀을 만들어서 규제를 하다보면 뭔가 되지 않겠느냐' 라는 생각이였다. 철저히 준비되지 않은 규제의 역기능과 실체적인 피해에 대한 책임 질 사람은 없는데, 무리하게 규제만을 주장하고 있다. 두 번째 위험성은 바로 자체적인 심의 규정과 처벌 규정을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번 SNS규제를 담은 방통위 직제규칙 개정안은 위원회 내에서 정부측과 여당측 인사들에 의해 단독처리 되었다. 그렇다면 심의 규정과 처벌 규정 역시 단독처리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도 감시받지 않고 말이다.
<세번째 이야기. 방통위에 대한 대중들의 불신>

<사실 대중이 걱정하는 것은 나는 꼼수다가 방통위에 의해서 막힐 수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문제일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야기 해보고자 하는 것은 바로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는 이 문제를 논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방통위는 전적이 화려하다. PD수첩, 추적60분의 정부 정책에 비판의 각을 세우는 프로그램(4대강, 광우병 등)에 대해 엄중히(?) 규제하였고, MBC 라디오 ‘전교조 복직 교사 인터뷰’ 등에 방통심의위는 불공정하다는 근거로 접근을 차단시켰다. 방송통신위원장인 최시중은 인사 청문회에서 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방송통신위원회 초대 위원장에 임명된 인물이고, 끊임없는 자격논란 시비가 계속되는 인물이다. 이처럼 현재 정권의 시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방통위가 이미 실정법으로 규제가 가능한 SNS에 갑자기 규제의 칼날을 빼어 든 것은 현재 ‘나는 꼼수다’로 대표되고 있는 반 정부적 매체에 대한 탄압과, 그것을 확산 시키는 대중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자 하는 규제가 아니냐는 의도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나는 최시중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자질 논란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오히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어떤 것이 진실이든 간에 대중으로부터 이미 신뢰성과 중립성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집단의 규제는 실효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규제가 정당성과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규제하는 집단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하는데, 신뢰를 상실한 현재 그들의 규제는 무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에 FACEBOOK에서 자신의 계정으로 자신의 친구 모두에게 포르노 비디오가 전송되는 상황이 벌어져서, FACEBOOK이용자들은 자신의 진실을 호소하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이것은 해커집단의 악성 프로그램, 악성 장난으로 밝혀졌다. 이미 수백만의 유해정보가 며칠사이에 확산된 이 현실. 방송통신심위위원회는 규제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유해정보는 규제 때문이 아니라 SNS 이용자들의 자정작용. 즉 서로가 서로에게 이러한 정보를 알리고 조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통해서 천천히 사그라들더니 이제는 거의 대부분이 사라졌다.
결국 대안은 SNS사용자들의 의식개혁과 자생적 노력에 있다. 이러한 대안이 비현실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존재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이러한 상황을 맞이 했었고, 성공적으로 자율정화 해냈다. 그리고 이미 자신의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과 자신의 지인들에게 자신의 활동이 그대로 노출되는 점을 고려할 때, 자신의 명성이 깎일 것을 우려하는 개인은 음란, 마약 등을 포함한 불법 정보를 쉽사리 노출하려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의 규제일변도의 정책노선을 자생력 강화로 바꿔야 한다. 정부는 어떻게 규제하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SNS 이용자의 자생력을 키워줄 여러 가지 제도적인 장치들을 고민해야 한다. 정부의 생각과는 달리 지금 현실은 그렇게 암담하지 않다. 국민을 좀더 믿어 줬으면 좋겠다.




덧글
ㅎ ㅎ 2012/01/11 23:56 # 삭제 답글
잘 읽었습니다. 글 참 잘쓰시네요 많이 알고 갑니다^^
mk 2012/01/16 14:14 # 삭제 답글
많은걸 알게 되었어요...감사드려요...잘읽었습니다.
2012/01/16 14:18 # 삭제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ㅊㄴㅇ 2012/01/27 09:05 # 삭제 답글
잘정리하셧네요 잘읽고갑니다ㅎㅎ
^^ 2012/01/31 21:21 # 삭제 답글
잘 읽고 갑니다요~! 감사해요!!
야호 2012/04/16 11:18 # 삭제 답글
진짜 멋진 글 감사드립니다! 제 속이 다 시원해지는군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