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대한민국의 문/이과 구분>
현재 교과부가 말하고 있는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이러합니다.
1) 학생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약 10년간 공통 교육과정을 통해 문, 이과 통합교육을 받는다.
2) 고등학교 2, 3학년 때에는 선택 교육과정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 학생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기에 물리 1, 세계사 와 같은 조합도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3) 수학능력시험 때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시험보고, 그 성적을 토대로 대학에 진학한다.
이어서 현재 일선학교의 현실입니다.
1) 학생들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약 10년간 공통 교육과정을 통해 문, 이과 통합교육을 받는다.
2)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문/이과 선택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수능 때 시험을 치를 과목을 선택한다. 그러면 학교는 학생의 2가지 선택에 기반하여 커리큘럼을 학생들에게 제공한다. 따라서 물리 1, 세계사 와 같은 조합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
3) 수학능력시험 때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시험보고, 그 성적을 토대로 대학에 진학한다.
<생각의 시작>

문/이과 통합교육을 하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기술과 인문학의 조화를 통해 전설이 된 스티브 잡스처럼 창의적인 인재를 기를 수 있는 토양이 될 것 같습니다. 저같이 경제학을 공부하는 문과 학생들이 수학 때문에 책을 불태우고 나도 같이 불타 버리고 싶은 마음을 먹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아이 참 반가운 소식이네요.
그런데 사실 우려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생각의 시작은 사실 ‘당최 문/이과 통합교육이라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 였습니다. 여기저기 찾아보아도 문/이과 통합교육이 가져올 찬란한 미래만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 문/이과 통합교육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현재 문/이과 통합교육에 대해서 논의하는 부분은 ‘하면 좋겠다.“라는 막연한 공감대 말고는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는 문/이과 통합교육이라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어서 제 나름대로 두 가지 상황을 가정해 보았습니다.
1) 현재 교과부가 말하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처럼 문/이과 구분 없이 사회와 과학 과목을 선택적으로 배우는 것
2)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배웠던 공통 교육과정처럼 고등학교 2, 3학년 때에도 동일한 교육과정을 배우는 것
그래서 이 두 가지 방안을 기본으로 제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합니다. 그리고 만약 문/이과 통합교육을 주장하려면 문/이과 통합교육의 구체적인 시행 방안까지는 아니더라도 전반적인 방향성 정도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교과부가 말하는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처럼 문/이과 구분 없이 사회와 과학 과목을 선택적으로 배우는 방식>
만약 이것이 문/이과 통합교육이라면 현실적인 준비가 너무 안 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문/이과 통합교육이 실현되려면 크게 두 가지의 준비가 필요합니다.
① 충분히 많은 교사 수가 확보되어야 한다.
② 입시제도와 연계성이 있어야 한다.
일단 1)번 방안은 대학교의 시스템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회과목(윤리, 정치, 경제, 국사, 한국 근현대사, 세계사, 한국지리, 세계지리, 경제지리, 법과 사회, 사회 문화)과 과학과목( 물리Ⅰ, 물리Ⅱ, 화학Ⅰ, 화학Ⅱ, 생물Ⅰ, 생물Ⅱ, 지구과학Ⅰ, 지구과학Ⅱ)중에서 학생이 흥미가 있는 과목을 신청해서 듣는 형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일단 가능한 조합이 매우 많아집니다. 그리고 ‘인기과목’과 ‘비인기과목’이 생길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예를 들어 문과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사회문화와 같은 경우 한 학교에 1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신청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학교에서는 그 사기의 학생 수요에 맞게 교사를 보충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대형 강의를 해야겠지요. 그런데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가가 의문입니다. 반대로 이과 학생들이 기피하는 물리Ⅱ 같은 경우에는 10명 남짓한 학생들이 신청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학생들을 위해서 수업을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생기게 됩니다. 아마 어쩔 수 없이 폐강이 되겠지요? 이처럼 그 때 그 때 수요에 맞추어 교사를 수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만약 정부의 재정적인 지원이 있다고 해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속성으로 뽑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문/이과 통합교육에 앞서 이러한 현실적인 방안이 강구되어야 합니다.
또한 입시제도와의 연계성이 있어야 합니다. 의대에 진학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학생은 평소에 윤리나 법과 사회와 같은 사회과목들에 관심이 많아서 학교에서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러나 이 학생은 수능 때 윤리나 법과 사회와 같은 과목들을 응시해서는 안됩니다. 왜냐면 의대에서는 사회탐구영역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진정으로 문/이과 통합교육이 되려면 일단 대학 입시요강부터 문/이과 통합교육이 가능하도록 고쳐야 합니다. 이러한 연계성이 없다면, 어떤 학생도 일반적인 루트(문과는 사회과목, 이과는 과학과목)를 벗어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허울만 좋은 문/이과 통합교육이 되겠죠.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배웠던 공통 교육과정처럼 고등학교 2, 3학년 때에도 동일한 교육과정을 배우는 방법>
잠깐 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문/이과를 가르는 것이 좋았습니다. 왜냐면 과학이 정말 싫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진짜 과학이 정말정말정말 싫었습니다. 왜냐면 상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역사를 공부하면 제 머릿속에서는 돌도끼를 든 우가차차 원시인이 나옵니다. 그들이 우가차차 하면서 돌도 갈고 그림도 그리고 사랑했던 추장님 고인돌도 만들어주고 그러는데요. 과학은 이건 뭐 상상이 안되더라구요. 특히 화학. 나트륨을 상상해보려고 나트륨에다 귀여운 신발도 신겨보고 캐릭터도 부여해 봤는데 결국 상상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매주 일요일에 학원에 나가서 사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사람은 저마다 좋아하는 과목이 있고, 싫어하는 과목이 있습니다. 특히 사회와 과학은 많이 갈린다고 생각합니다. ‘와 저걸 어떻게 외워 VS 와 저걸 어떻게 풀어’의 대결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문/이과 통합교육이 도입 된다면, 학생들은 어쨌든 공부를 잘해야 하기 때문에 ‘와 저걸 어떻게 외워!’라고 외치며 외워야 겠죠. 그리고 ‘와 이거 도저히 혼자는 못풀겠다!’라고 외치며 학원으로 향하겠죠. 이것에 제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입니다. 문/이과 통합교육이 학생들에게 의무가 되어 버리는 거죠.
현행의 문/이과 구분 하에서는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고려하여 문과와 이과 중에 선택하고, 흥미 있는 분야에 대하여 공부하여 입시를 치릅니다. 그러나 만약 문/이과 통합교육이 의무가 된다면 학생들은 흥미가 비교적 떨어지는 과목을 학습해야 하고 이는 결국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필연적으로 사교육 시장으로 향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만약 이런 방식의 문/이과 통합교육이 실시된다고 하면 제일 먼저 반대할 집단이 바로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의 반대는 정말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교육 정책을 비난하는 의견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겠죠. 그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분명 저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문/이과 통합교육에 대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글을 쓰다보니까 교과부의 마음이 이해가 갑니다. 하긴 해야겠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이 한 두개가 아닌 겁니다. 그래서 일단 ‘스탠스는 문/이과 통합교육 하세요!’ 라고 잡아 놓고 ‘어떻게 할지는 나도 모르겠어요~’ 이러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인 대책과 방안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현실적인 대책과 방안은 우리나라 교육체계 전반을 바꾸는 대수술이 아니면 실효성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 교육기본법 제1장 제2조에는 교육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교육은 홍익인간의 이념 아래 모든 국민으로 하여금 인격을 도야하고 자주적 생활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게 함으로써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민주국가의 발전과 인류공영의 이상을 실현하는 데에 이바지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
고등학생에게 물어봅니다. 너 공부하는 이유가 뭐니? 한마디로 대답합니다.
“대학가야져~ 뭐 그런걸 물어보세요. 다 아실만한 분이.”
이 고등학생의 대답에 다른 대답을 자신 있게 내놓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것이 문/이과 통합교육에 있어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라고 생각합니다.
“강력범죄 공소시효 폐지해야 한다.”라는 주제는 예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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